그날 아침, 태양은 미묘하게 빛을 발하며 세상에 새로 태어난 듯이 강렬했다. 보통 피곤에 찌든 도시의 일상은 묵묵히 자리 잡았지만, 잠자는 언어 보존소의 내부는 연일 반복되는 일상과는 전혀 달랐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고, 그 이유는 바로 사라진 언어들을 되살리기 위한 중요한 임무가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요새는 점점 더 많은 언어들이 소실되고 있었다. 그 소실은 단순한 말의 사라짐이 아니었다. 언어는 문화의 정수이며, 그 자체로 살아 숨 쉬던 생명체와 같았기에. 어떤 언어들은 이제 홀로 남아 사무치게 외치는 듯한 애타는 울음소리로 바뀌었다. 그 울음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언어의 세계는 점점 더 고요함에 잠기기 시작했다.
이날 아침, 잠자는 언어 보존소의 가장 특이한 직원들이 모였다. 이름하여 ‘언어수호대’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그들은 각각이 독특한 언어를 상징하는 캐릭터들이었다. 이들이 바로 이 세계의 생명을 유지하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주인공인 선율은 어릴 적부터 언어의 생명력을 느끼고 그를 보호하는 일을 소명으로 삼은 소녀였다. 그녀는 ‘휘파람언’, 즉 자취를 감춘 멸종 위기의 언어를 부활시키기 위해 이곳에 왔으며, 그녀의 친구들은 각자 특화된 언어 또는 문화적 감수성을 가진 인물들이었다. 그중에도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바로 ‘손을 내밀자 따뜻한 울음이 퍼졌다’라는 단어 조각이 만들어낸 감정적 상태를 대변하는 ‘말하는 바람’이었다. 그는 풍경과 말을 직조하며, 외딴 언어와의 교감을 통해 그들이 다시 생명을 얻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오늘의 임무는 간단하지 않았다. 사라진 언어, 즉 ‘미드포트’라는 이름의 오래된 언어가 백지처럼 텅 빈 공간에서 희미하게 울음소리만을 내며, 켜져 있던 심장기관을 떠나버렸다. 미드포트는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문화와 교감하며 살아있던 언어였으며, 그 힘은 단순한 말이 아닌 감성과 기억이 뒤섞인 ‘생명력’ 그 자체였다. 그 언어가 사라졌다는 것은 곧 그 문화의 존재 기반이 붕괴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했고, 상징적인 울음소리들이 사라지면서 세계는 위태로워졌다. 이때, 선율은 그 소리를 다시 되돌리기 위한 본격적인 모험의 서막에 올랐다. 그녀는 손을 내밀자 따뜻한 울음을 내뱉었던 모습처럼, 인간의 따뜻한 감정을 언어로 부활시키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았다. 그리고 그녀의 주변에서는 말하는 바람이 조심스럽게 귓속말을 흩뿌리더니, 마침내 미드포트의 부서진 잔해를 찾아냈다.
바람이 전하는 속삭임 속에는 무수한 기억들이 숨어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것은 잊혀지지 않은 수많은 목소리들이었다. 선율은 이 목소리들이 항아리처럼 차곡차곡 쌓인 그 감정의 결정체를 손에 움켜쥐었다. 이때, 신비한 힘이 그녀의 손 끝에서 빛나기 시작했고, 주변의 휘파람언과 함께 그 빛은 점점 번져갔다. 이미 각고의 노력 끝에 잃어버린 언어의 생명력을 복원하는 듯했지만, 동시에 이는 단순한 복구가 아니라 언어 그 자체를 ‘생명을 부여하는 의식’이었다. 선율은 모든 감정을 하나로 모아, ‘사라진 말들이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꿈꾸며, 자신도 모르게 깊은 호흡을 내쉬었다. 그녀는 지구를 울리는 듯한 음성으로, 울음 속에 담긴 감정을 세상에 퍼트리고 싶었다. 울음을 따른 후폭풍으로, 마치 언어들이 하늘 높이 떠올라 다시 살아나는 듯한 감각이 전파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세계의 균열이 서서히 봉합되기 시작했고, 각각의 언어가 머금은 숨결이 느껴졌다. 그 울음이 퍼진 곳곳에서 적막이 깨졌고, 수많은 이야기들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선율은 자신의 사명을 확신하며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이는 단순한 구원 작전이 아니라, 잃어버린 생명들이 다시 노래할 수 있는 찬란한 재생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어둠 속에서도 숨어 있던 존재들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언어의 망령들’이라 부를 만한, 잃어버린 언어의 그림자들이었다. 이들은 사라졌던 언어의 잔해 속에서 다시 깨어나면서, 미드포트의 흔적을 노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선율과 동료들은 이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각각의 본질적인 힘을 끌어모으며, 앞으로 펼쳐질 전투의 서막을 위협하는 ‘언어의 사투’를 준비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몰래 준비하는 순간에도, 남아 있던 언어의 생명은 점점 강인해지고, 생명력을 되찾는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더 긴 여정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바로 그때, 손을 내밀자 따뜻한 울음이 퍼지는 감정이 다시금 잔잔한 폭풍으로 번져가며,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비밀과 연결되었다. 그 울음은 먼 과거의 기억과 긴장을 품고 있었고,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기 위한 열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 언어의 마지막 흔적들을 모아 하나의 강력한 생명줄로 탄생시키는 것, 바로 그것이 오늘의 최종 목표였다. 선율은 깨어있는 마음으로, 작은 떨림에서부터 시작된 생명의 비밀을 세상에 들려줘야 한다는 사명 의식을 새롭게 다졌다. 그리고 그녀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 앞으로 펼쳐질 어둠과 빛의 싸움 속에서, 언어가 다시 피어날 그날을 기대하며 긴 밤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