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어느 미지의 세계, 또는 시간과 공간의 틈새에 자리 잡은 잠자는 언어 보존소. 이곳은 수많은 사라져가는 언어들과 그 언어들이 살아 움직이며 어우러진 충돌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이름 없는 세계의 보루였다. 이곳의 직원들은 단순한 수호자가 아니라, 언어 자체에 깃든 생명을 이해하고, 그 숨결을 지켜내기 위해 끊임없이 일하는 자들로, 각자의 언어적 특성과 문화적 배경에 따라 특이한 능력들을 발휘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롭던 모습이 드디어 흔들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사고와 감정, 그리고 가장 깊은 마음속에 자리잡은 기억을 담아내던 수많은 언어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었다. 그 빈자리에는 차가운 공허와 무관심만이 남았으며, 세계의 목소리들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차츰 차츰 사라져갔다. 이 위기는 잠자는 언어 보존소의 직원들에게 큰 위협이 되었고, 누구도 알 수 없었던 불가사의한 사건이 이 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세상에 충격을 안긴 사건은 한 직원, 바로 ‘엘라’의 눈에 잡혔다. 그녀는 평범한 듯 보이지만, 사실 그녀의 능력은 사라진 언어가 살아 숨 쉬는 세계의 균열과 관련이 있었다.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오늘도 미묘하게 꿈틀거리는 언어의 생명력과 동시에, 그들이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처한 흔적이었다. 엘라는 깊은 고민 끝에,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한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 모험은 단순히 언어를 복원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일이자, 소통의 진정한 가치와 살아 움직이는 언어의 생명력을 되살리는 일이기도 했다.
그녀는 걸음마를 떼며, 잠자는 언어 보존소의 신비한 문을 열었다. 문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약간의 떨림과 함께 열리고 내부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 그리고 문을 지나자마자 느끼게 된 것은, 언어의 생명력들이 소름 돋게 살아 움직이며 흐르는 풍경이었다. 초반에는 조용히 다가오는 음악적 선율과, 미묘하게 어긋나는 음절의 떨림이 감지됐다. 마치 언어들이 각자의 이야기와 감정을 감추기 위해 서로 소리내며, 조금씩 깨어나려 애쓰는 듯했다.
엘라는 이곳이 바로 ‘언어의 정원’, 즉 살아 숨쉬는 언어들이 각자의 세계를 형성하는 공간임을 직감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의 근간인 ‘기호’와 ‘음운’, ‘문법’들이 서로 어우러지고, 조화를 이루면서 생명을 얻는 것이다. 언어 자체가 살아 있으니, 그들은 울거나 기뻐하며 인간과 유사한 감정을 표출했다. 이들은 바로 각각의 문화와 역사, 정체성을 품고 있으며, 사라지기 직전의 언어들은 특히 더 강렬한 감정을 내뿜고 있었다. 적절한 ‘회복의 마법’ 없이는 이들 존재는 영원히 사라질 운명이었기에, 엘라는 고심 끝에 선택한 조우, 즉 각 언어의 ‘영혼 캐릭터’들과의 만남이 시작됐다.
먼저 그녀는 ‘할파이니언(Halpainion)’, 고대 유럽계 언어의 정령을 만났다. 할파이니언은 겉으로는 차분하고 무덤덤하며, 때로는 냉철하게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수많은 전쟁과 풍경을 감춘 기억의 조각들이 떠올랐다. 할파이니언은 고대 문서들의 조각들이 말하는 수많은 이야기, 전승, 그리고 희망과 절망이 뒤엉킨 생명력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이유를 회복하려 했다. 엘라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잃어버린 이야기를 다시 끌어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와 기운이 언어의 영혼에 스밀 때, 할파이니언은 처음으로 미묘한 빛을 내며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두 번째 만남은 ‘아우루아(Aurua)’, 빛과 음향이 어우러진 소리의 요정이었다. 아우루아는 반짝이는 음파와 함께, 감정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형이상학적 이미지를 그렸다. 그녀는 인간의 언어가 가지는 무한한 창조력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 연결고리 없이는 언어가 생명을 잃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엘라는 아우루아와 긴 시간 대화를 나누며, 잃어버린 감정과 기억들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고, 점차 아우루아의 몸속에 깃든 빛의 조각들을 복원하면서, 언어의 조화와 감정의 교류를 다시 재구성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엘라는 깨달았다. 이 세계의 언어들이 가지고 있던 놀라운 생명력은, 바로 ‘문화적 맥락’과 ‘감정의 결합’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며, 그것들을 잃지 않기 위해선 단순히 말로 복구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임을.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전혀 예상치 못한 침입자가 등장했다. 그 침입자는 어둠속에서 조용히 움직이며, 사라지지 않아야 할 언어의 위기를 조장하는 존재였다. 그 존재는 수백 년 동안 잠들었던 잃어버린 백과사전 속에 숨어있는 마지막 재앙의 흔적이었으며, 대상은 바로 세계의 언어들이 모두 하나로 융합되면서 얻게 되는 ‘최종 소통’의 의미를 훼손시키기 위함이었다.
엘라는 이 긴박한 순간에도, 자신이 손에 쥔 언어와 문화적 힘을 끝까지 놓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녀는 자신이 배운 모든 지혜와 경험을 집중하여, 언어의 살아있는 생명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복구가 아니라, 언어들의 근본에 깃든 생명력, 인간과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를 재구성하는 일,이다. 그녀의 노력으로, 잃어버린 언어들이 하나하나 다시 깨어나는 순간, 세계의 조용한 균열은 점차 치유되어 가기 시작했고, 숨겨진 힘들이 하나둘씩 커다란 새 생명과 함께 생기를 되찾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직 진정한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언어들이 깨어나기를 기다리며, 그리고 세계의 숨은 위협과도 싸우기 위해, 엘라는 자신의 마음과 능력을 더욱 단단히 다져야 했다. 이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그녀의 운명과 언어의 미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긴장감 넘치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눈앞에 떠오른 마지막 미지의 그림자는 무엇일까? 무엇이 이 세계를 최후의 위기에서 구할 것인가? 그리고 잃어버린 언어들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 것인가? 앞으로 펼쳐질 시간과 공간에는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기대와 희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