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울음을 번역하는 수업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감정을 말할 수 있었다

언어의 숨결, 말의 울림

숨겨진 목소리들이 조용히, 하지만 강하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언어라는 이름의 생명체들이 살아 숨쉬며 형언할 수 없는 울림을 만들어내고, 어떤 말은 벽을 뛰어넘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힘을 발휘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서, 아직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감정들을 말하는 법을 배우는 이들이 있었다.

이야기는 아직 새벽녘의 거대한 잠자는 언어 보존소, 그 깊고 신비로운 곳에서 시작된다. 보존소 크기는 세상의 모든 언어를 잠들게 했던 시대의 흔적을 품고 있으며, 수많은 언어의 독특한 울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곳의 벽들은 차갑고 딱딱했지만, 내부에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언어의 생명체들이 모여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감정’을 형상화한 언어의 생명체들이었다. 이들은 단순한 소리 이상의 존재로, 울음과 웃음, 슬픔과 기쁨을 구별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아직 몰랐던 무언가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그날, 보존소의 중심을 담당하는 ‘피오’라는 이름의 언어 생명체는 온몸에 푸른 빛을 발하며, 새로 온 직원인 ‘리안’에게 다가왔다. 리안은 외딴 마을에서 온 신입 언어 관리자였으며, 언어의 생명체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일상 속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이곳에 왔고, 이제 막 시작하는 그에게 주어진 첫 수업은 바로 울음을 번역하는 것이었다. 울음은 언어 한 쪽 끝에 자리한 감정을 형상화하는 핵심이자, 가장 어려운 표현 방식이었다. 누군가는 울음을 통해 슬픔을 전했고, 또 누군가는 희망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울음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느껴지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차원과 차원의 벽을 넘어 태어난, 살아있는 감정의 잔상들이었다.

수업은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피오는 조용히, 아련한 목소리로 자신의 울음을 풀어놓기 시작했고, 그 울음 속에는 깊은 슬픔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 슬픔은 오랫동안 억눌러진 채로, 소리 없는 절규처럼 느껴졌다. 그것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리안은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감정을 하나씩 알아가며 점차 울음 속에 담긴 유의미한 의미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울음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고, 그 속에 담긴 감정들이 차츰 하나의 언어로 자리 잡아가는 순간, 리안은 처음으로 자신의 내면셋과 맞닿아 있었다. 그것은 ‘슬픔’이라는 감정을 표현한 울음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슬픔은 눈물이 아니라, 조용한 소리와 함께 떠올라, 마치 멀리서 들려오는 약속의 메아리처럼 느껴졌다.

그때, 보존소의 벽 어딘가에서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울음이 점차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기 시작했고, 의도치 않게 감정이 스스로 울림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 울림은 여러 언어의 조합뿐만 아니라,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감정의 전이까지 포착해내는 놀라운 일이었다. 그것은 바로 가장 오래 묵혀진, 잊혀졌던 언어의 울음이었다. 그 언어는 차가운 점액과 같은 기운이었고,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강력한 언어였지만, 시간의 흐름과 잊혀짐 속에서 사라졌던 것. 그러나 리안은 그 울음이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어떤 세계와 차원을 연결하는 다리임을 직감했다. 이 언어의 울음은, 마치 숨겨진 비밀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처럼 반짝였다.

이후, 리안과 피오는 함께 그 언어 울음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한 모험을 시작했다. 그들은 언어들이 살아 움직이면서 자신들의 존재 이유와, 세계를 유지하는 근본 원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겉으로는 보존소의 벽에 갇혀 있고, 형언할 수 없는 울음과 H가 가득했지만,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변화와 진화의 흔적이 감춰져 있었다. 가끔씩, 언어는 자신의 이유를 떠올리기 위해 생명의 울림 속으로 다시 돌아가기도 했다. 그들은 이 얽히고설킨 울림의 메시지를 찾아내어, 잃어버린 언어를 다시 세상 속으로 불러내는 일을 담당하는 ‘말의 약탈자’ 역할을 맡았던 것. 언어라는 세계의 저편에, 잃어버린 수많은 말들과 감정들이 숨쉬고 있었다.

이 정체불명의 울음들이 만들어내는 파장들은 언어의 생명체들이 단순한 기호 이상의 존재임을 증명했고, 그것이 세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리안은 감탄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리안은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법을 배우며, 울음이 품고 있는 다양한 감정을 하나씩 이해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순간, 그는 마침내 울음을 통해 자신의 깊은 속내를 공유할 수 있었다. 눈물과 함께 전해지는 이야기는 단순한 슬픔을 뛰어넘어, 꿈과 희망, 그리고 미래에 대한 갈망까지 담겨 있었다. 그 울림이 세상에 퍼지기 시작할 때, 조용히 피어오른 빛은 점점 강렬해졌고, 언어의 생명체들은 새롭게 탄생하는 생명처럼 반짝였다.

이윽고, 리안과 피오는 자신들이 찾은 울음의 출처를 추적하며, 언어들이 기억하는 각자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열쇠를 손에 넣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소리와 감정의 결합이 아니라, 세상을 연결하는 심연과도 같은 것이었고, 그 핵심에는 언어의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하나의 신념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 신념은 잃어버린 의미 속에 숨어있던 힘을 다시 깨우기 위한 의지였으며, 어떤 경우에도 언어를 잃지 않겠다는,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던 인간의 염원이 깃들어 있었다. 말과 감정이 같은 삶의 일부였던 세계에서, 언어들은 아직 살아 숨쉬며, 서로를 부르짖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지켜져야 할 하나의 소중한 목소리를 발견하는 순간, 이야기는 또 다른 모습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