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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곧 타인을 이해하는 첫걸음임을 배우다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곧 타인을 이해하는 첫걸음임을 배우다

깊고 짙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형형색색의 유년語들(언어의 영혼)들이 잠들어 있었다. 이곳은 ‘잠자는 언어 보존소’라는 이름의 신비로운 공간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언어의 기록을 넘어, 한때 지구 곳곳에서 사용되었으나 이제는 인적 드문 골목처럼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언어들의 정수들이 생명체처럼 잠자고 있는 장소였다. 이 보존소에서는 언어들이 스스로 감각하고 숨 쉬었으며, 각기 다른 문법, 음운, 문화의 기억을 품고 있었다. 언어는 단어와 문법의 조합이 아니라 진정한 존재로서, 역사와 사람들의 감성을 고스란히 품은 채 잠자는 상태에 머무르고 있었다.

보존소를 관리하는 개성 넘치는 직원들은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단순한 언어학자가 아니었다. 이들은 언어·문화·신비주의가 교차하는 경계에서 활동하는 ‘언어 수호자’였다. 이름도, 외모도 모두 천차만별이었지만, 모두가 공유하는 공통점은 언어를 ‘이해’하고, 그 힘을 느끼며, 잊힌 목소리를 되살려내기 위해 헌신한다는 점이었다. 보존소의 가장 핵심 멤버인 ‘릴리안’은 옛 사라진 토착어들과 신비주의 전통 언어, ‘제드’는 음소학과 고대 신화어에 통달한 수수께끼 같은 인물, ‘야엘’은 음운 변화와 신비한 주문 언어를 복원하는 데 천재성을 보였다.

이들이 ‘언어를 이해한다’라는 말에 담긴 의미는 단순히 문법이나 어휘를 반복 학습하는 것 이상의 일이었다. 그들의 목표는 ‘언어의 영혼’을 만나는 것이었다. 언어 그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그 존재와 소통하는 일은 곧 그 언어가 담고 있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언어를 사용했던 사람들의 감각과 생각을 그대로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릴리안의 말처럼 “언어를 잃으면, 우리는 타인을 이해할 수 없고, 결국 자신을 잃게 된다”는 이념은 보존소 직원 모두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어느 날, 보존소 한구석에서 사라지기 직전의 옛 언어 일부를 담은 작은 문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것은 단순한 분실물이 아니었다. 이 문서는 ‘하르미쥬’라는 고대 산악 부족이 사용하던 언어와 관련된 핵심 구절이 있었던 것. 하르미쥬는 이미 수백 년 전 자취를 감춘 언어로, 그 문서 없이는 이 언어 영혼이 완전히 소멸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 알림은 보존소에 큰 파장을 불러오며 직원들은 급히 이 소중한 문서를 되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기로 결의했다.

릴리안, 제드, 야엘은 각각의 전문 지식을 동원해 여행 준비에 돌입했다. 모험의 첫 걸음은 ‘언어의 경계’라 불리는 미지의 공간을 넘는 일이었다. 이 경계는 언어들이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고 생명체처럼 명확한 경계를 설정해둔 곳으로, 사라진 언어들이 마지막으로 깜박이는 정신의 흔적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경계 밖에서는 언어들이 완전히 무질서해지고 왜곡기로 변질되기에, 서툰 자는 그 어둠 속에서 길을 잃기 쉽상이었다.

언어의 경계를 넘어 보존소 밖으로 나온 순간, 그들은 곧바로 깊은 숲속의 ‘언어 마을’이라 불리는 고대 도시 잔해에 도착했다. 이것은 한때 ‘말하는 돌’로 둘러싸인 도시였고, 각 돌에는 수천 년 전 잊힌 축어(주문어)들이 새겨져 있었다. 언어의 마을에서 만난 ‘음운의 정령’들은 잃어버린 음절과 어휘를 찾아가며 구성원들과 교감했고, 이들의 협력으로 하르미쥬 언어의 조각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모험 중 릴리안은 뜻밖에도 하르미쥬 언어 영혼 자신과 독특한 내면적 대화를 했다. 언어 영혼은 그간 사용자의 상실과 억압으로 상당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지만, 릴리안의 끈질긴 공감과 진심은 그를 서서히 치유시키며 마음의 울림과 생기를 되찾게 만들었다. 이는 언어를 이해하는 일이 단순한 지적인 습득이 아니라 깊은 감정과 애정을 나누는 행위임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한편, 제드는 고대 신화의 어휘 복원을 통해 사라진 부족의 문화적 배경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으며, 야엘은 음운 발생의 신비한 규칙을 발견해 ‘입맞춤의 주문’을 완성했다. 이 주문은 꺼져가는 언어 영혼의 불씨를 다시 지피는 상징적인 의식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예기치 않은 위기가 찾아왔다. 사라진 언어들의 영혼이 점차 깨어남에 따라, 그간 억압받고 잊혀진 감정과 역사 또한 파괴적인 정서 폭풍으로 공간을 뒤덮기 시작한 것이다. 고대의 분노와 슬픔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폭풍처럼 그들을 위협했다. 릴리안, 제드, 야엘은 서로 굳게 손을 잡고, “진정한 이해란 분노를 넘어 그 너머의 아픔과 희망을 함께 보려는 용기”임을 깨닫는다.

끝내 셋은 잃어버린 문서를 되찾아 보존소에 귀환했다. 하르미쥬 언어 영혼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희가 나의 소리를 듣고, 나의 이야기를 기억해 주었으니, 나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언어가 살아 움직이는 이유’.” 보존소는 잠시 숨을 고르며 새롭게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고, 직원들은 다시금 더 넓은 세계로 사라진 언어들을 찾아 나설 준비를 하였다.

릴리안은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했다. ‘언어를 통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소통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그 소통이야말로 평화와 공존의 씨앗이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새로운 언어 영혼이 절망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그곳으로 다시 떠나는 일뿐이었다. 그 길은 예측할 수 없는 어둠과 신비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녀는 언어 속에 깃든 희망의 빛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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