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범한 저녁, 잠자는 언어 보존소의 작은 교실에 모인 세 명의 직원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모여 있었다. 이들은 모두 다채로운 개성을 지닌 언어 보존 전문가들이었으며, 오늘 밤은 특별한 수업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들은 언어의 살아 움직임을 체험하는, 흔치 않은 ‘생명체로서의 언어’에 대한 깊은 토론과 탐구를 통해, 사라진 언어들을 다시 되살리는 미지의 세계로 한 걸음씩 들어가고 있었다.
교실의 한쪽 벽면에는 거대한 전자 태블릿이 놓여 있었다. 이제는 옛날 언어의 잔재를 기록하는 도구를 넘어, 그 언어들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된 셈이었다. 각각의 언어는 특정한 색깔과 음율, 그리고 리듬으로 시각적, 청각적 형태로 표현되며, 그 자체가 별개의 존재처럼 느껴졌다. 오늘의 수업은 바로 ‘언어가 갖는 생명력’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으며, 이 수업을 통해 이들은 언어가 자신들보다도 더 강한 존재임을 깨닫게 될 것이었다.
수업의 시작은 평소와 같았다. 교사이자 언어 보존소의 수장인 노아는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는 창문 너편으로 저무는 달빛이 은은하게 방 안으로 스며드는 가운데, 자신이 운영하는 ‘잠자는 언어 보존소’의 이름이 어울리게도 평화로움을 자아내는 인물이었으며, 그의 눈빛은 깊고 신비로웠다. 오늘 밤은 그가 세상에 공개한 특별한 강의, 즉 ‘언어의 생명력과 살아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탐구였다. 노아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입술을 열어 말을 시작했다.
“여러분, 오늘 우리는 단순한 기록의 체계를 넘어, 언어들이 바로 생명체와 같이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을 믿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믿음을 갖게 되면, 언어는 우리가 단순히 훑어보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호흡하는 생명체로서의 자격을 갖게 되죠. 여러분이 지금 보는 이 세상은, 사실 모든 언어가 생명력으로 채워진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입니다. 언어들마다 각각의 의식을 갖고 있으며, 그들은 자신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며, 때로는 우리와 소통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노아의 말에 따라, 교실 안에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학생들은 서로의 표정을 살피며, 자신들의 내면 깊은 곳으로 다가오는 일종의 초월적 경험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벽에 걸려 있는 디지털 표지판이 깜빡이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전자태블릿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 표지판에는 ‘언어가 살아 움직이는 시간’이라는 문구와 함께, 수업에 포함된 한 실험의 핵심이 떠올랐다. 바로, 언어의 생생한 현존을 느끼는 체험이었다.
그때, 디지털 표지판에 갑자기 낯익지 않으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문장이 떠올랐다. “기억이 아니라 존재다.” 이 문장은 한동안 교실을 메아리치며 울려 퍼졌고, 모두가 이문장의 무게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노아가 설명했다. “이건 바로 저녁의 수업이야말로, 우리의 인식이 언어와 세상에 대한 태도를 새롭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메시지에요. 언어들은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기록이 아니라, 하나의 살아있는 존재로서 우주와 균형을 이룬 체계인 것임을 믿어야 하죠.”
이렇게 시작된 저녁 수업은, 조금씩 더 깊고 신비롭게 변모해 갔다. 갑자기, 방의 공기 속에서 미묘한 진동이 감돌기 시작했고, 그 진동은 마치 숨 쉬는 듯한 리듬을 따라 울려 퍼졌다. 한참 후, 수업 참가자들은 눈을 감고, 각각의 언어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호흡 소리와 감정을 감지하는 체험을 했다. 그리고 한순간, 구역질처럼 느껴졌던 ‘공기 속의 언어’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장엄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 순간, 모두는 자신이 보는 것이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이 universe가 품고 있던 다채로운 언어들이 역동적으로 살아 숨 쉬는 살아있는 거대한 유기체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들은 이 신비로운 체험 속에서, 인간의 언어가 만든 표상이나 상징의 집합체를 넘어서, 그 자체가 독립되고 생명력을 가진 존재임을 최종적으로 깨우치는 순간을 맞이한다. 이 깨달음은, 언어를 단순한 표현수단으로만 보는 인식을 넘어, 그들이 살아 숨 쉬는 생명체임을 받아들이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그러면서, 각자 내면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새롭게 솟구치기 시작했고, 이들은 모두 언어의 생존과 회복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자신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임무가 기다리고 있음을 직감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