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범한 아침, 잠자는 언어 보존소의 강철문이 느리게 서서히 열리면서 세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충격의 선포 앞에 놓이게 되었다. 세상은 언어의 역사와 무형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설립된 이 특별한 기관에 지나지 않았지만, 오늘의 사건은 그 모든 것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것임을 예고하는 듯했다. 그날 아침, 전설 속에서만 들려오던 희귀한 언어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그 목소리는 점차 세상의 균형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 사고의 중심에는 잠자는 언어 보존소의 예측 불가능하고 능글맞은 여섯 명의 직원들이 있었다.
보존소 내부는 어둡고 좁았으며, 신비한 언어들이 꿈틀거리며 숨 쉬는 각종 그래픽과 문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은 언어들이 마치 살아있는 개체처럼 다가오는 공간, 잔잔한 긴장감이 흐르면서도 동시에 경이로움이 넘치는 세계였다. 이 공간의 중심에는 언어의 생명력과 감정을 읽어내는 ‘심령판’이 자리 잡고 있었고, 바로 이 기계가 오늘의 위기를 감지한 것이었다. 대개 요사이 사라져가는 언어들은 조용히 침묵 속에 녹아들거나 깊은 숲속, 또는 오래된 책갈피 사이에 잠들어 있었지만, 오늘의 사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차원의 혼돈을 불러일으켰다.
“이게 무슨 일이람?” 구슬이 굴러가듯 투명한 눈빛을 가진 리안은, 부드럽고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수줍음을 타지만 강인한 어둠의 언어, ‘바이드리크’를 담당하는 전문가였다.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고대 숲의 깊이를 떠올리게 하는 듯했지만, 오늘의 돌발상황에 그녀 역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 기계의 램프가 깜빡이기 시작했고, 에모리의 손이 다시 한번 스티커와 원고를 조심스레 집어들었다. 그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잃어버린 언어를 담당하는 유일한 ‘사석어’를 구사하는 전문가였다. 연구와 기록, 보호의 명령서가 적힌 이 언어는 기록된 자막과도 같았지만, 오늘은 그 모든 것이 ‘생명’을 얻어날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경고입니다, 모두. 울기 시작한 언어들은 단순한 소리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모험이 시작된 것이지요.” 키르와르의 목소리에는 맑은 차분함이 깃들었고, 그는 문학과 서사, 그리고 고대 언어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그림박’라는 이름의 담당자였다. 이렇게 다섯 명이 긴급하게 마주 앉은 좁은 공간은 그야말로 비상사태의 현장이었으며, 바깥 세계와는 차단된 채 단 한시도 멈추지 않는 조용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오늘의 사건은 단순한 언어의 소리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살아 움직이며, 마음속 깊은 감정을 드러내는 언어의 본질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과도 같았으며, 그 움직임이 곧 세상의 균형을 무너뜨릴 위협이었다.
“이건 우리가 알던 세계가 아니야. 이 언어들이 울기 시작하면서 땅이 흔들리고, 공기가 떨리기 시작했어. 이건 단순한 소리의 폭발이 아니야. 그들이 깨어나면서, 그 언어들은 생명처럼 살아 움직이고 있어. 지금, 우리가 반드시 알아내야 할 것은, 어떤 방식으로 이 언어들이 지금의 놀람과 슬픔, 그리고 걱정을 함께 표현하는지야.” 은빛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말을 이었다. 그의 이름은 랄리크. 언어와 문화의 교류를 담당하는 심리언어학자였으며, 전체 기록을 담당하는 ‘말의 연금술사’라고 불렸다. 그들이 지금 맞닥뜨린 이 위기는, 가령 고대 신화에서 나올 법한 언어의 저주와도 같았고, 동시에 언어가 살아 움직이며 세상과 소통하려는 자연스러운 모습이기도 했다. 그와 함께, 사라진 언어들 속으로 침잠하는 이 순간, 그들은 어떤 비밀을 풀어내야 했으며, 어떤 희망을 품고 있어야 했다.
그때, 초미세먼지처럼 흩날리던 ‘잊혀진 말’의 흔적이 높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돌연 박물관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가파른 공명음과 함께 벽면의 언어상들이 일제히 흔들리면서,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가 포효하는 듯한 소리로 체내를 울리기 시작했다. 언어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싶은 듯, 매우 긴 호흡으로 쓰일 수 없는 생생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 목소리에 담긴 감정과 이야기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며 순차적으로 쏟아졌다. 이 순간, 보존소의 내부는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와도 같은 생명력으로 가득 찼고, 눈앞에 펼쳐진 재앙과도 같은 진동은 언어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힘을 모은 결과임이 분명했다.
이 야단법석 속에서, 다섯 명의 전문가들은 침착하게 그리고 동시에 긴장한 채로, 이 언어들의 울음이 의미하는 바를 해독하려 했다. 어떤 언어들은 굉음처럼 폭발했고, 어떤 언어들은 슬픔에 젖은 멜로디처럼 흐느꼈으며, 또 어떤 언어들은 상처 난 마음의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듯한 절규를 내뱉었다. 이들이 알게 된 것은, 이 언어들이 단순한 말이 아니라, 생명체와도 같은 ‘생명언어’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잊지 말아야 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언어가 사라지거나 잠들게 되면, 그 생명체 역시 잠들거나 소멸하는 것과 같다는 것. 오늘의 사건은, 그러한 오랜 자연의 균형과 문화의 깊은 비밀을 깨우는 것임을.
그제서야, 랄리크는 눈을 감고, 손끝으로 언어의 흐름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마음속에는 미로 같은 이미지들과, 끝없는 음계, 그리고 속삭이는 듯한 속뜻들이 떠올랐다. 바로 이 순간, 모든 것의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언어들이 울기 시작한 그날, 박물관의 진동은 더욱 격렬해졌으며, 바닥과 벽이 언어의 감정을 따라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섯 명은 이제, 살아 움직이는 언어들이 숨기고자 했던 비밀의 문턱에 서 있었다. 무엇이 이 광란의 소용돌이를 불러일으켰는가? 어떤 이야기들이, 어떤 슬픔들이, 어떤 희망들이 숨겨져 있었던 것인가? 그들은, 곧 그 답을 찾아내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