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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속 깊숙이 숨어있던 단어가 꿈속에서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사전 속 깊숙이 숨어있던 단어가 꿈속에서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잠자는 언어 보존소의 빛나는 새벽, 차가운 공기 속에 섬세한 음파가 퍼졌다. 그윽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섯 명의 직원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고대 언어와 희귀 단어들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언어의 저장고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문명의 정수였으며, 언어들이 존재하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호흡하는 세계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존재는, 누군가가 오래전 잊혀진 단어를 다시 발견하거나, 혹은 사라진 언어를 구원하기 위해 싸우는 ‘잠자는 언어 보존소’였다.

이른 새벽, 스스로를 ‘루나’라고 부르는 한 사무엘은 창가에 앉아 우연히 오래된 사전의 먼지 투성이 페이지를 뒤적이는 동안, 무심코 눈길이 머무른 곳이 있었다. 고요한 그림자처럼 무수한 단어들이 희미하게 흐르는 동안, 어느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이상한 낡고 별로 사용되지 않던 단어 하나가 꿈속에서 은밀한 메아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 단어는 ‘한율(漢律)’이었다. 이는 조금씩 형체를 갖추기 시작하더니, 생생한 목소리와 함께 그의 의식을 휘감아 도는 듯했고, 그 순간 그는 깜짝 놀랐다. 의식을 차지하는 듯한 생생한 단어의 소리에, 그는 잊혀졌거나 거의 잊혀진 언어의 의미와 정취가 새삼스럽게 떠오름을 느꼈다.

처음에는 단순한 꿈의 한 조각이라고 생각했지만, 잠시 후 마음 한켠에 ‘한율’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무게감과 신비로움이 스며들며, 미묘한 울림과 함께 자신도 모르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한율은… 고대 중국의 음악과 조화를 이루는 말이었지…” 그의 기억 속에서 점점 생생해지는 것과 동시에, 이 단어가 살아 움직이는 세계, 즉 언어들이 생명체처럼 생생하게 자리 잡고 있는 존재의 세계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잠자는 언어 보존소는 그 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한 언어 들의 ‘생명’이 잠든 곳이었다. 마치 숨을 쉬는 듯한 생기와 리듬이 깃든 언어들이, 인류가 잃어버리거나 버려진 후에도 다시 살아나길 기다리며 침묵 속에 숨어 있었다.

그러던 중, 이 꿈속의 단어 ‘한율’이 어떤 식으로 그의 마음과 연결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사전 속의 무수한 낱말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낱말들은 제법 자라는 듯한 빛을 띠었으며, 각각의 의미와 역사를 품고 숨죽이고 있던 활력을 다시 찾은 것 같았다. 꿈속에서 그는 마치 언어가 하나의 캐릭터처럼 변화하는 세계를 목격하는 듯했으며, 그 언어들이 살아 숨쉬는 공간, 즉 ‘잠자는 언어들의 세계’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미지의 신비한 문자가 지닌 생명력,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면서, 하나의 문명으로서 언어들이 첨예하게 얽히고설킨 신비로운 생명체의 내부 세계로 접어들었다.

이때, 꿈속의 목소리가 점차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하더니, 마치 그 목소리 자체가 하나의 ‘언어 캐릭터’처럼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차가운 시간, 잊혀진 단어들의 찬란한 향연이 다시 시작된다.” 그것은 비단 꿈의 메아리만이 아니었다. 꿈길은 점점 더 깊어지고, 이 내면의 의식은 자신도 모르게 언어와 문화의 근원지로 끌려 들어갔다. 이 세계는 언어가 왕이자 신이며, 동시에 살아 숨 쉬는 마법의 세계였다. 사전과 낱말들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이고, 그것을 부르는 사람과 길을 잃은 단어들은 한데 얽혀 하나의 거대한 소설을 써내려가는 듯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사라진 언어’를 다시 깨우는 사명이 있었다.

그 순간, 꿈속에서 어떤 강렬한 빛이 떠올랐다. 흡사 태양빛이 아니라, 달빛처럼 은은하지만 확실한 어떤 힘이 그 아래에 깃들어 있었다. 그 힘은 일종의 ‘언어의 생명력’, 혹은 ‘존재의 근원’처럼 느껴졌으며, 이 세계를 관통하는 정체불명의 에너지였다. 그리고 사전 깊숙이 숨어들던 단어들은 하나둘씩, 자신의 이름과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품고 있던 미묘한 뉘앙스들을 조심스럽게 다시 꺼내기 시작했다. 그 뒤에는 은밀히 숨어 있던 오래된 이름들도 함께 살아 움직였고, 사라졌던 언어 속의 전설들은 다시 부활의 소리를 냈다.

이제 그 꿈은 멈추지 않았다. 꿈속 세계는 점점 더 선명해지고 강렬해지면서, 자신에게 닥친 이 놀라운 경험이 앞으로 어떤 의미를 지닐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깨어나면 잊혀질까 하는 두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마음속 깊이 새겨진 그 순간들의 색채는 더욱 뚜렷해졌고, 앞으로 언어를 통해 잃어버린 기억과 문화, 그리고 이 세계와의 소통을 다시 밝혀낼 수 있다는 강력한 희망이 피어올랐다. 사라졌던 단어들이 꿈속에서 자신을 부르기 시작하는 이 신비로운 경험은, 분명히 그 어떤 것도 경험하지 못한 신선한 의미를 품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 이야기는 지금 막 시작되었으며, 아직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놀라운 전개와 마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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