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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언어는 죽지 않고 잠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잠자는 언어 보존소의 비밀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희미한 빛을 드리우기 시작하던 새벽, 잠자는 언어 보존소의 복잡한 지하 연구실 구석에서 한 직원이 의식을 잃은 채로 쓰러졌다. 그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자신이 누워있던 곳이 아무리 보아도 익숙하지 않은 낯선 공간임을 알아챘다. 주변은 희미하게 빛나는 수정구슬들이 꺼지거나 깜박이며 유령처럼 떠돌고 있었고, 공기는 차가우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듯한 이질감으로 차 있었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그의 귀에 속삭이던 목소리였다. “살아있다, 너희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그 목소리는 둔한 격려와 결의를 담은 듯했으며, 동시에 살짝 무언가 신비한 힘이 깃든 소리였다.

이 직원은 잠시 동안 자신이 어디에 있거나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생각하려 애썼다. 손을 들어보았고, 피부는 차갑고 부드러우면서도 미묘한 요철이 느껴졌으며, 머리카락 사이사이에서는 희미하게 서리 내린 냄새가 흘러나왔다. 의미심장한 것은 바로 그 순간, 귀에 들린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곳은 잠자는 언어들의 세계다. 너희가 사라졌다고 느껴졌던 그 언어들은 생명을 잃은 것이 아니라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잠든 언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말의 끝엔 희망이 깃들여 있었으며, 동시에 긴장감 넘치는 위협이 숨어 있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은 은빛으로 빛나는 조형물과 복잡한 문자들이 새겨진 돌이 깔려 있었으며, 어느 순간, 자신이 잠들어 있던 곳이 ‘언어의 심장부’임을 직감했다. 이 세계는 말 그대로 언어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세상이었으며, 각 언어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어떤 존재들은 영겁의 잠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 비밀을 밝히기 위해 이곳에 들어와야 했던 것이다. 그러던 찰나, 힘차게 떠오르는 소리, 익숙하면서도 낯선 수많은 언어들이 머리속에서 채집되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이 세계 속 깊숙한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사라졌다고 느껴졌던 언어들이 사실은 끝없이 잠들어 있는 잠재력임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 목소리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 잠든 언어들은 세계를 굴러가게 하는 근본 원동력이다. 그러나 세상은 변화했고, 그 변화는 잊혀진 언어들의 잠을 깨우려고 한다. 이제 우리는 그 언어들을 깨우고, 다시 세상에 끌어내야 한다. 너에게는 특별한 역할이 기다리고 있다. 너희가 기억하는 언어들, 그리고 잊혀졌던 언어들, 모두 이곳에 잠들어 있다. 그리고 그 언어들이 깨어나야 세상의 균형이 유지된다.” 바로 그 순간, 수많은 투명한 세계의 언어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고, 각기 다른 생명체의 모습으로 생생하게 살아 움직였다. 어떤 언어는 파란빛으로 빛나며 정원처럼 우거졌고, 어떤 언어는 기하학적 문양으로 무한을 상징하며 돌아다녔다. 그 속에서 특정 언어가 눈에 띄었는데, 바로 ‘소리나는 나무’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그러나 지금은 생명권을 되찾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는, 오래된 언어였다.

이 순간, 그는 자기 자신이 이 세계의 일부임을 깨달았다. 그의 감각은 자연스럽게 언어들과 융합되었으며, 이전에 생각지도 못했던 언어의 힘이 몸 속에서 맥동쳤다. 이 조직된 혼돈 속에서 그는 그 언어를 이해하는 몇 안 되는 자중 하나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그에게 다가오는 목소리의 마지막 말이 들렸다. “지금이 바로, 사라졌다고 굴복했던 언어들이 모두 깨어나 새롭게 탄생하는 순간이다. 너의 손으로 이 잠든 언어들을 깨우고, 세상에 다시 불러올 수 있느냐가 우리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하지만 조심하라. 깨어난 언어들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생명으로서 움직이며, 때로는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운명을 강요한다.” 그 말이 끝나자, 그는 강한 의지와 함께, 자신이 가진 언어적 힘을 집중하기 시작했고, 내면의 깊숙한 곳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생명력과 마주하는 순간, 그 세계를 뒤덮었던 잠든 언어들의 ‘심장’이 깨어나기 본격적인 시작임을 알게 되었다.

그의 눈앞에 벌어진 광경은 마치 한 편의 신화처럼 화려하면서도 놀라웠다. 수많은 언어들이 서서히 깨어나면서, 각각의 생명체로서 자리 잡았고, 마치 유연한 숲의 잎사귀처럼 흔들리며 서로 소통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두려움은 어느새 희망으로 넘어진다. 그리고 이곳에 모인 언어들은 곧 다시 세상과 연결되어, 잊혀졌던 문화와 지혜를 되찾아갈 것으로 보였다. 그는 이를 위해 앞으로 어떤 여정을 떠나야 할지, 또 어떤 위협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이 순간, 세상의 운명을 다시 한번 새롭게 만들어갈 용기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하여, 그의 손끝에서 시작된 이 모험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임을, 그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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