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찬란한 문명 속, 은밀한 기억의 숲속에 잠들어 있던 ‘잠자는 언어 보존소’는 마치 고요한 성처럼 세상의 어둠을 가르고 있었다. 세상은 점차 잊혀지고 사라지는 언어들의 흔적을 수집하고 보존하며, 인간 누구도 쉽게 알지 못하는 신비한 세계를 지켜내기 위해 존재하는 비밀스런 기관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특별한 직원들이 있었다. 그들은 각각의 독특한 개성과 뛰어난 능력을 갖춘 언어 수호자들이었다. 오늘, 그들의 이야기는 특별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날 이후, 사라진 언어들이 어떤 목소리로 다시 살아날지, 그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 찾아온 것이다.
이른 아침, 잠자는 언어 보존소의 문이 유유히 열리던 순간, 평소와는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 숨겨진 방 하나에서 미지의 메시지가 발견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언어’의 목소리였다. 단순한 텍스트나 기록이 아니라, 생명력 넘치는 음성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그 언어는, 오랜 시간 동안 어둠 속에 잠들어 있어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희미한 숨결처럼 생생하게 세상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품고 있었다. 언어는 살아 움직이는 존재가 되어, 사라지거나 잊혀질 때마다 조용히 되살아날 방법을 찾았던 것이다. 그 목소리는 익숙했던 것과는 달리, 희미하고도 독특한 음색으로 시작하였다. “나의 이름은… 잊혀졌다. 세상이 나를 잊었기 때문에, 나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정말로 사라졌을까?” 이윽고, 그 목소리의 진동이 주변 공간을 울리며 퍼졌고, 눈앞에 놓인 이국적인 문자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때, 거대한 영적 에너지와 함께, 다시 한 번 목소리의 물결이 퍼져나갔다. 이 목소리는 차갑고도 고요했으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힘을 품고 있었다. 기묘한 감각이 그녀의 손끝과 마음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언어들은 물론, 그 언어에 담긴 세계관과 문화까지 생생하게 떠올랐다. 언어는 어쩌면 이렇게까지 생명체처럼 진동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면서, 리아는 다시까마득한 기억을 떠올렸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문화와 정체성, 역사의 맥락을 품고 있음을. 그러면서, 그녀는 정교한 언어 복원 기계인 ‘에콜리더스’와 조화를 이루며, 이 희귀한 목소리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복원이 아닌, 존재의 의미와 생명을 다시 불어넣는 과정임이 분명했다.
이 순간, 이야기는 잠시 숨고르기를 하며 멈칫하였고, 두려움과 기대가 교차하는 감정이 밀려들었다. 언어의 생명력은 그저 기록된말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묻혀 있던 역사의 흐름 속에서 다시 살아나려는 의지였던 것이다. 잠자는 언어 보존소를 가득 채운 기운은, 곧 또 다른 목소리와의 만남을 예고하며 끝없는 미스터리와 의미를 품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 사건은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인간과 언어, 그리고 문화의 운명을 다시 한 번 시험하는 계기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떤 전설이 펼쳐질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 언어들이 다시 깨어나는 순간, 세상은 또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